그 무거운 놈을 엄마를 닥달해서 센터에 맡기고 온 뒤 은근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텅 비어있는 서랍 위(놓았던 곳)도 보니까 좀 느낌이 색다르고... 얼마 전 DAC-2가 놓여져 있긴 했지만 그 쪼그만 게 있어서 그 시커멓고 큰 것들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던 느낌이 들겠나. 당연히 어색하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나름 사서 하는 고생이다. 더 좋은 소리 듣겠답시고... 내 주변 친구들은 그냥 돈 좀 쓰는구나 생각하지만 HD650을 기점으로 친구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은 지는 꽤 됐다. 그나마 제대로 알고 있는 친구가 한명 있다.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다는 것도 제대로 아는 친구(나는 블로그 하고 있다는 걸 알리지 않는 편이다). 사람이 유해서 나 말고도 친구가 많은 녀석이다. 그리 빠릿빠릿하지는 못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튼 남의 시선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어도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는 친구다. 생각해봐라. 돈을 몇백만원 처붓고는 일본 음악이나 듣고 앉아있고... 미국이나 영국 계열의 팝, 혹은 국내 음악이 아니면 묘하게 무시당하기 마련이다. 무시당한달까. 맴돌 수 밖에 없다. 그들도 딱히 날 배척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혀 지식이 없기 때문에 반응을 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무시가 아니라 반응 불가라는 게 적절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반응을 해줘야 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자기가 관심이 없으면 마는 거지. 그나마 일본 음악이라는 화제에 걸쳐져있는 녀석도 하마사키의 M이나 Moments만 알고있고...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 것이다. 뭐 쉽게 말해서 약간 오덕질 좀 하는 놈들이라 이거지. 좀 격한 단어이긴 하지만 이쪽 방면으로만 지식이 깊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도리어 반갑지 않다. 그렇다고 그런 애들의 반응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아는 나도 그닥 다를 게 없을거다.
솔직히 HD800 사놓고는 프린스~ 미타이나 아마이 이런 거 듣고 앉아있느니 뭐 딱히 할말은 없다. 닥치는 대로 듣는다고 변명해도 왜 닥치는 대로 듣는 부문이 이쪽인가 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나저나 인티앰프 없으니까 DAC-2만으로는 HD800은 버거운 듯 하다. 에고...
그래도 난 상관없다. HD800에 aiko 곡이 나오던 스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가 나오던 시이나링고가 나오던 미즈하시 카오리[footnote]미야코, CD를 사버렸으니 뭐... 그래도 솔직히 나름 괜찮게 부른다[/footnote]가 나오던 동인쪽인 primary나 suara가 나오던 이건 내꺼잖아. 뭐 그래도 주변 시선이란 거를 전혀 신경 안 쓸 정도로 대담한 녀석은 아니지만. 솔직히 상관없다고 했는데 상관없겠나.
그런데 그 친구가 내가 스베트라나 얘기도 하고 그냥 나의 헛된 꿈같은 소리를 해대니까 오디오하는 사람들 무섭다고 그러더라. 뭐 나도 어렴풋이 그런 것 같긴 했다. 그리고 오늘은 WAVE 음질 열화에 대한 엔하위키 글을 봤다.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컴공으로서 아닌 것 같지만) 어떤 글에 있던 댓글은 좀 안타까웠다. 대충 말해서 오디오질 하는 인간들이 완전 ㅄ같다는 뭐 그런 식의 댓글이었다.
솔직히 500만 원빵 이런 건 좀 아니었지만 그렇게 내가 하는 일이 남들이 보기에 볼썽사나운 것이었나 싶다. 폼나는 취미는 아니다 확실히. 남이 보기엔 뭐하나 싶을 정도로 자기만에 세계에 탐닉하는 그런 짓이긴 하다. 그래도... 새로운 소리를 만날 때의 즐거움. 그게 즐거웠기 때문에, 그 기억 때문에 하는 거다. 이건 오디오질 하는 사람도 안 하는 사람도 이해하고 기억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과거에 느꼈던 소박한 즐거움이 시작이었는데... 이걸 잊어가는 게 아닐까.
사실 나도 어느샌가 과시욕 같은 게 생기기도 한다. 딱히 자랑할 만한 거리도 아닌데 왜...
다치바나는 새로움novelty에서 느끼는 즐거움 때문에 더 새로운 책을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만으로는 스무해도 안 살았는데 벌써 내가 왜 이 취미를 택하고 왜 즐겼는지를 잊어가고 있다. 정말 어린 놈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남 뭐라 할 처지가 못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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